출판사 : 오후의 소묘
양장본 / 32쪽 / 212*297mm/409g
ISBN : 9791196484163
“단 하나의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세상에서 흔들리며 나아가는 이야기”
누구의 허락도 없이 홀로 떠나는 어린 마음의 여행
“익숙한 불안, 서투른 안도
나는 언제나 그 사이에 서 있다”
무언가에 이끌린 듯 환한 문 앞에 선 아이가 있다. 안온한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한 발 내딛으려는 듯. 아이가 마주하는 세계는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다정히 모여 사는 곳이면서 동시에,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처럼 나를 놀라게 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곳이다. 책은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 두렵지만 찬란한 초록빛 숲으로의 모험을 그려냈다. 글 없이 그림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아이의 하룻밤 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크고 작은 시련들을 헤치며 성장해 나가는 삶의 여정과도 닮았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작가의 시적 목소리는 이야기를 단정하거나 한정하지 않으면서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더해갈 공간을 남겨놓고 있다. 《허락 없는 외출》은 말없이 한 장면 속에서, 또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서, 생동하는 빛깔과 터치를 통해 불안과 안도를 오가는 스스로의 마음과 각자의 경험들을 다시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그 풍경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나의 불안 속에 이토록 다채로운 감정과 아름다운 여정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을 끌어안고 또 앞으로 한 발 내디딜 용기일 테다.
살아 있는 것의 힘과 빛을 그리는 작가 휘리의 그림책
생동하는 자연과 마음의 수집가이자 누구보다 아름다운 초록빛을 그려내는 작가 휘리는 매년 하나의 주제로 독립출판 그림책을 꾸준히 선보여 왔고, 그중 《허락 없는 외출》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좀 더 단단한 만듦새로 독자들에게 다시 다가가기 위해 몇 장면을 새롭게 그려 바꾸거나 더하고 에필로그를 붙였다. 책 속 아이처럼 작가도 계속해서 성장한다. 기존 독자들에게 재출간본은 그 성장을 목격하고 함께하는 경험을, 새로운 독자들에게는 주목해야 할 아름다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대체로 어렵고 가끔 괜찮아지는 마음. 이런 내 마음은 어디서 온 걸까. 미완성인 지금의 나는 어떤 사건의 결과일까. 《허락 없는 외출》은 그렇게 시작됐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니 오롯이 내 마음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우선 주인공이 문밖으로 나가는 장면을 그려놓고,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한 장씩 채워나갔다. 나의 시작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작업을 진행할수록 내가 어디서 왔는지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이 마음을 가지고 어디로 향할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일단 문밖으로 나온 주인공은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에필로그’ 중에서